UX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전반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디지털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UX 설계는 더 중요해졌고, 많은 기업과 기관이 사용자 경험 개선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은 여전히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고령층이 변화에 뒤처졌기 때문이 아니라, UX 설계가 특정 사용자 집단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UX 설계가 왜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지, 그 구조적인 이유를 살펴본다.
1. UX 설계가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본 사용자 가정에서 시작된다
UX 설계가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요소는 기본 사용자에 대한 가정이다. 많은 UX 설계는 사용자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화면 전환과 아이콘의 의미를 빠르게 이해하며, 새로운 기능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 전제는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의 사용 경험을 기준으로 형성된다.
UX 디자이너와 기획자는 대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이 불편함 없이 사용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사용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버튼이 줄어들고 아이콘 중심의 화면이 늘어나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설명을 최소화하고 직관성을 강조하는 설계는 경험이 많은 사용자에게는 효율적이지만, 고령층에게는 오히려 해석을 요구하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기본 가정이 설계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다는 점이다. 고령층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예외 상황’으로 취급되며, 추가 설명이나 보완 요소는 부차적인 기능으로 밀린다. 결과적으로 UX 설계는 특정 사용자에게는 자연스럽지만, 고령층에게는 처음부터 부담스러운 구조로 완성된다.
2. 효율 중심의 UX 평가 기준이 만든 한계
UX 설계가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UX를 평가하는 기준이 효율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많은 디지털 서비스는 클릭 수, 화면 이동 시간, 작업 완료 속도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UX의 성과를 판단한다. 이러한 지표는 서비스 이용이 능숙한 사용자에게는 유효하지만, 고령층의 경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고령층은 서비스 이용 속도가 느릴 수 있고, 같은 화면을 여러 번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사용 방식은 UX 평가 지표에서는 비효율로 해석된다.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은 개선 대상이 되기 쉽다. 그 결과 UX 설계는 사용자를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에게 필요한 요소들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충분한 설명, 명확한 단계 표시, 실수 후 복구가 쉬운 구조는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간주된다. UX 설계가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삼을수록, 고령층의 사용 경험은 설계 논의의 중심에서 멀어진다. 이는 고령층을 배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평가 기준 자체가 특정 사용자 유형에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3. 고령층의 사용 경험이 데이터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
UX 설계가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령층의 사용 경험이 데이터로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와도 관련이 있다. UX 개선은 보통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화면에서 이탈이 많은지, 어떤 버튼이 자주 눌리는지 같은 데이터는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하지만 고령층의 경우, 서비스 이용을 아예 시작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험은 데이터로 충분히 수집되지 않는다. 로그인이 어려워 접근하지 못한 경우, 가입 과정에서 포기한 경우는 사용 데이터에 남지 않는다. 그 결과 고령층이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는지는 설계자에게 잘 보이지 않는다.
또한 고령층은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남기는 집단이 아니다. 오류 신고나 설문 참여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UX 개선 논의는 결국 목소리가 큰 사용자, 데이터를 많이 남기는 사용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구조 속에서 고령층의 불편은 보이지 않는 문제로 남게 된다. UX 설계가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경험이 설계 과정에 반영될 기회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UX 설계가 고령층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이유는 개인의 이해력이나 적응 문제로 설명될 수 없다. 기본 사용자에 대한 가정, 효율 중심의 평가 기준, 고령층의 경험이 드러나지 않는 데이터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디지털 서비스가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된 지금, UX 설계는 더 이상 특정 사용자만을 위한 최적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령층을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를 전제로 한 UX는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전반적인 신뢰와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