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서비스가 실제로 누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묻는 질문은 쉽게 떠올리지 않는다. 스마트폰 앱, 웹 서비스, 공공 디지털 시스템까지 대부분의 디지털 환경은 특정 사용자 유형을 전제로 설계된다. 그 기준은 대체로 젊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새로운 기능에 거부감이 적은 사용자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서비스가 왜, 그리고 어떻게 젊은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만들어지게 되는지 그 과정을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1. 디지털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만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기획 단계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만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미 시작된다.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때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작업은 타깃 사용자 설정이다. 이 과정에서 설정되는 사용자는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과 시장성을 기준으로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 사용 빈도가 높고,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기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집단이 우선 고려된다.
이러한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집단은 자연스럽게 젊은 사용자다. 젊은 사용자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새로운 인터페이스에도 비교적 빠르게 적응한다. 기획자 입장에서는 이들이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핵심 사용자로 보인다. 반면 고령층은 학습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용 패턴이 다양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요 타깃에서 제외되기 쉽다.
이처럼 기획 단계에서 사용자 범위가 좁게 설정되면, 이후의 모든 설계 결정은 그 기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화면 구성, 기능 우선순위, 용어 선택까지 모두 젊은 사용자의 이해 수준과 사용 습관을 전제로 만들어진다. 고령층은 이 과정에서 나중에 고려할 수 있는 사용자로 밀려나며, 설계의 중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2. 개발과 테스트 과정이 강화하는 젊은 사용자 중심 구조
디지털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만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개발과 테스트 단계에서 더욱 공고해진다. 개발 환경은 속도와 효율을 중시한다. 빠르게 구현하고, 빠르게 수정하며, 짧은 주기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직관적이고 간결한 설계가 선호된다.
문제는 이러한 직관성이 특정 사용자에게만 직관적이라는 점이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는 대부분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다. 이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사용 방식을 기준으로 사용성을 판단한다. 아이콘만으로 기능을 표현하거나, 설명을 최소화하는 설계는 내부 평가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이는 젊은 사용자에게만 자연스러운 경험일 수 있다.
사용자 테스트 역시 이 구조를 강화한다. 테스트 참여자는 모집이 쉽고 피드백이 빠른 집단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고령층을 충분히 포함한 테스트는 시간과 비용이 더 들고, 일정 관리도 어렵다. 그 결과 실제 사용 과정에서 고령층이 겪을 혼란이나 불편은 테스트 단계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개발과 테스트 과정은 의도하지 않게 젊은 사용자 중심의 설계를 반복적으로 강화한다.
3. 성과 지표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배제
디지털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만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서비스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이어진다. 많은 디지털 서비스는 활성 사용자 수, 이용 빈도, 체류 시간, 전환율 같은 지표를 중심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지표는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집단의 행동을 반영한다.
젊은 사용자는 서비스 이용 빈도가 높고, 다양한 기능을 시도하며,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남긴다. 이들의 행동은 데이터로 풍부하게 기록된다. 반면 고령층은 서비스 이용을 시작하지 않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험은 데이터로 충분히 남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고령층의 어려움은 지표에 드러나지 않고, 문제로 인식되지 않는다.
또한 서비스 개선 논의는 주로 데이터에 근거해 이루어진다. 어떤 화면에서 이탈이 많은지, 어떤 기능이 자주 사용되는지를 기준으로 개선 방향이 정해진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처럼 조용히 이탈하는 사용자는 설계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젊은 사용자 중심의 지표는 젊은 사용자 중심의 개선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가 된다.
디지털 서비스가 젊은 사용자만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특정 집단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결과라기보다, 기획 개발 평가 전반에 걸쳐 반복된 선택의 결과다. 시장성과 효율을 기준으로 한 사용자 정의, 젊은 개발 환경에서의 설계 판단, 젊은 사용자 중심의 성과 지표는 자연스럽게 설계의 기준을 한쪽으로 기울게 만든다. 디지털 서비스가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된 지금, 이러한 기준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젊은 사용자에게 편리한 서비스가 반드시 모두에게 편리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용자를 기준으로 한 설계는 특정 세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디지털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필수적인 과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