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은 사회 전반의 효율과 편의를 높이기 위해 추진되어 왔다. 행정 절차는 간소화되고, 금융과 의료, 일상 소비까지 디지털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했다. 많은 과정이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었고, 일부 사용자에게는 이전보다 훨씬 편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두에게 동일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은 고령층을 포함한 다양한 사용자를 소외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왔다. 이 글에서는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이 어떤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지 살펴본다.

1.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은 평균 사용자를 기준으로 설계된다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의 한계는 디지털 서비스가 설정하는 사용자 기준에서부터 드러난다. 많은 디지털 전환 정책과 서비스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편리한 방식을 목표로 한다. 이때 상정되는 사용자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고, 새로운 서비스에도 비교적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러한 평균 사용자 기준은 효율적인 서비스 확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양한 사용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편의성을 기준으로 설계된 서비스는 불필요한 단계를 줄이고, 빠른 처리와 간결한 화면 구성을 추구한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고령층이나 디지털 사용 경험이 적은 사용자에게는 이해를 요구하는 구조가 된다. 접근성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요소지만, 편의성을 우선한 설계에서는 부차적인 고려 사항으로 밀려난다.
그 결과 서비스는 사용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사용자에게만 쉬운 구조로 완성된다.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은 평균 사용자라는 추상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용자를 자연스럽게 배제한다.
2. 간소화된 절차가 만든 새로운 진입 장벽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의 한계는 간소화된 절차가 오히려 새로운 진입 장벽이 되는 지점에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많은 절차는 간단해졌다고 평가된다. 클릭 수가 줄고, 종이 서류가 사라지며, 대면 절차가 없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간소화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인증 절차는 보안과 편의를 동시에 고려해 설계되지만, 실제로는 여러 단계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사용자를 전제로 한다. 제한 시간 안에 인증을 완료해야 하거나, 여러 화면을 연속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구조는 고령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오프라인에서라면 설명을 들으며 진행할 수 있었던 과정이, 디지털 환경에서는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해야 하는 절차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는 접근성을 높이기보다는, 접근 방식을 하나로 고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디지털 전환 이전에는 선택할 수 있었던 오프라인 대안이 줄어들면서, 디지털 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사용자는 서비스 이용 자체에서 멀어지게 된다. 간소화된 절차는 일부에게는 편리하지만, 다른 일부에게는 더 높은 진입 장벽이 된다.
3. 접근성을 보완하지 않는 디지털 전환의 지속 가능성 문제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의 한계는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디지털 서비스는 계속해서 업데이트되고 변화한다. 기능이 추가되고, 화면 구성이 바뀌며, 이용 방식이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지만,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사용자의 피로를 누적시킨다.
고령층은 한 번 익숙해진 환경이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는 안정성보다 개선과 혁신이 우선된다. 접근성을 고려한 충분한 안내와 적응 기간이 제공되지 않으면, 고령층은 변화에 반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 이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한 접근성을 보완하지 않은 디지털 전환은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체계가 필요해지고, 오히려 행정과 서비스 운영의 복잡성이 증가할 수 있다.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는 초기에는 시간이 더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접근성보다 편의성을 우선한 디지털 전환은 단기간의 효율과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모든 사용자를 포용하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편의성은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접근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디지털 서비스가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된 지금, 접근성은 선택적인 배려가 아니라 필수적인 설계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접근성을 충분히 고려한 디지털 전환은 고령층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더 많은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