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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

by 예하랩 2025. 12. 31.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행정 절차는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금융·의료·교육·소비까지 대부분의 영역이 디지털 서비스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많은 사람들은 디지털 전환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고,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변화가 정말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은 편리함을 제공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왜 모두에게 동일한 경험이 되지 않는지 구조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
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

1. 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 출발선이 다른 사용자들 

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라는 질문은 사용자들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정책과 서비스는 대체로 접속할 수 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설계된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면, 누구나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는 조건과 경험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연령, 소득 수준, 교육 환경, 신체적 조건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와 활용 능력은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에게는 온라인 신청이 간편한 절차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여러 단계의 판단과 학습을 요구하는 복잡한 과정이 된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환경에 늦게 진입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조작과 용어 이해에서부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같은 서비스라도 누군가는 편리함을 누리고, 누군가는 접근조차 어려운 상황에 놓인다. 디지털 전환이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출발선의 차이를 설계 단계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 효율과 편의 중심의 디지털 전환이 만든 새로운 격차 

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라는 질문은 효율과 편의를 중심으로 한 설계 방식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고, 불필요한 절차를 줄이는 것이다. 클릭 수를 최소화하고, 화면을 간결하게 구성하며, 사용자가 빠르게 결과에 도달하도록 돕는 구조는 효율적인 서비스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효율은 특정 사용자에게만 유효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는 간결한 화면과 빠른 흐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용자는 설명 부족과 빠른 전환으로 인해 혼란을 느낀다. 선택의 결과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거나, 실수에 대한 복구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구조는 불안을 키운다.

문제는 이러한 격차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지털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긍정적인 데이터로 축적되지만, 이용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의 경험은 지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결과 디지털 전환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일부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강화된다. 효율과 편의 중심의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만들어낼 수 있다.

3. 공평하지 않은 디지털 전환이 남기는 과제 

디지털 전환은 모두에게 공평한가라는 질문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드러낸다. 디지털 서비스가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된 상황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은 정보와 기회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불편을 넘어 사회 참여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은 특히 중요한 문제를 던진다. 행정·복지·의료 서비스가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디지털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제도적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디지털 전환이 공평하지 않다면, 그 결과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전환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를 전제로 한 설계와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접근성, 이해 가능성, 실수에 대한 관용은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디지털 전환의 핵심 조건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모두에게 공평해지기 위해서는, 누가 편리한지를 묻기 전에 누가 어려움을 겪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분명 사회를 효율적으로 만들었지만, 그 과정이 모두에게 공평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출발선이 다른 사용자들, 효율 중심 설계가 만든 격차, 그리고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경험은 디지털 전환의 그늘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기능을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변화를 함께 누릴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디지털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와 선택의 문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