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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by 예하랩 2026. 1. 2.

디지털 서비스가 일상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고령층의 디지털 이용 문제는 자주 개인의 적응력이나 학습 부족으로 설명된다. 스마트폰을 잘 다루지 못하거나, 앱 사용을 어려워하는 모습은 세대 차이라는 말로 정리되곤 한다. 그러나 고령층 디지털 소외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현실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디지털 환경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설계와 운영 방식은 특정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해왔다. 이 글에서는 고령층 디지털 소외가 왜 개인의 문제가 아닌지, 그 배경을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1.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설계가 만든 접근 격차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디지털 서비스의 설계 방식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많은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가 이미 기본적인 디지털 문법을 이해하고 있다는 전제 아래 만들어진다. 로그인 방식, 화면 전환 구조, 아이콘 중심의 인터페이스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자연스럽지만, 고령층에게는 추가적인 해석과 학습을 요구한다.

고령층은 디지털 환경을 접한 시점이 상대적으로 늦고, 디지털 기기 사용 경험의 축적 정도도 다양하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설계는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고령층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 이미 높은 진입 장벽 앞에 서게 된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무리 배우고 익히려 해도, 서비스 자체가 특정 수준의 이해를 기본 조건으로 요구한다면 접근 격차는 계속해서 발생한다.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이 뒤처졌기 때문이 아니라, 설계가 특정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결과다.

2.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는 디지털 소외의 구조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종종 개인 책임으로 전가된다. 배우면 된다, 익숙해지면 된다는 말은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이러한 인식은 디지털 환경이 누구에게나 동일한 조건을 제공한다는 오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디지털 서비스 이용 환경은 결코 균등하지 않다. 고령층은 신체적 변화, 인지 속도의 차이, 디지털 용어에 대한 익숙함 부족 등 다양한 요소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는 빠른 선택과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한다. 실수에 대한 복구 경로가 명확하지 않은 구조는 고령층에게 지속적인 긴장과 불안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이 실패 사례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층이 앱을 설치하지 않거나, 중간에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 그 경험은 데이터로 남지 않는다. 서비스는 잘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되지만, 실제로는 접근하지 못한 사용자가 조용히 배제되고 있다.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는 구조는 이러한 배제를 보이지 않게 만들고,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희석시킨다.

3. 사회적 인프라로서의 디지털 서비스와 공동 책임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은 디지털 서비스를 사회적 인프라로 바라볼 때 더욱 분명해진다. 디지털 서비스는 더 이상 선택적인 도구가 아니라, 행정과 금융, 의료와 복지 등 핵심 영역의 기본 통로가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디지털 접근성이 부족한 사람은 단순히 불편함을 겪는 것이 아니라, 사회 참여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

사회적 인프라는 특정 집단만을 기준으로 설계될 수 없다. 도로, 대중교통, 공공시설이 다양한 이용자를 고려해 만들어지듯, 디지털 서비스 역시 다양한 사용자를 전제로 해야 한다. 고령층을 포함한 다양한 계층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고령층 디지털 소외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결국 사회적 비용을 키운다.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지원 체계가 필요해지고, 그 부담은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반대로 처음부터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는 더 많은 사용자가 자립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다. 이는 고령층만을 위한 배려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효율성과 신뢰를 높이는 방향이다.

 

고령층 디지털 소외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 부족으로 설명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설계 과정에서 만들어진 접근 격차,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는 인식 구조, 디지털 서비스가 사회적 인프라가 된 현실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디지털 환경이 일상의 기본이 된 지금, 고령층의 소외를 개인의 문제로 남겨두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고령층 디지털 소외를 구조의 문제로 인식할 때, 디지털 전환은 비로소 더 많은 사람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