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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

by 예하랩 2025. 12. 26.

디지털 서비스는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금융, 의료, 행정, 일상 소비까지 대부분의 활동이 온라인과 모바일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들이 모든 세대를 동등하게 고려하고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층의 입장에서 보면, 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공통적으로 불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개인의 디지털 역량 문제가 아니라, 서비스 설계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패턴과 연결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을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

1.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은 설명 없는 전제에 있다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서비스 전반에 깔린 설명 없는 전제다. 많은 디지털 서비스는 사용자가 이미 기본적인 디지털 사용 방식을 알고 있다는 가정 아래 설계된다. 회원가입, 로그인, 인증, 메뉴 이동 같은 과정이 별도의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러한 구조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고령층에게는 시작 단계부터 부담이 된다.

서비스 화면에는 아이콘과 짧은 문구가 주를 이루고, 구체적인 설명은 최소화되어 있다.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 젊은 사용자는 경험을 통해 의미를 추론하지만, 고령층은 매 단계마다 판단을 요구받는다.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누적되면 서비스 이용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전제가 서비스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점이다. 설계자는 이를 친절하지 않다고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간결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고령층에게는 이 ‘설명 없는 전제’가 디지털 서비스 전반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2. 실수와 혼란을 허용하지 않는 구조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은 실수에 대한 관용성이 낮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많은 서비스는 사용자가 정해진 흐름을 정확히 따라갈 것을 전제로 설계된다. 한 단계에서 실수가 발생하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거나 수정하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오류 메시지는 짧고 추상적인 경우가 많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고령층은 디지털 서비스 이용 중 실수를 했을 때 그 원인을 파악하고 복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비스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뒤로 가기 버튼이 명확하지 않거나, 취소 기능이 숨겨져 있는 경우 한 번의 실수가 전체 이용 경험을 망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서비스는 ‘실수하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된다.

특히 인증, 결제, 개인정보 입력 단계에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더 크게 나타난다. 작은 오타나 선택 오류에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 구조는 고령층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같은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도 고령층은 더 많은 긴장과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는 서비스 이용 빈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3. 변화에 대한 고려 없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환경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의 공통점은 변화의 속도와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디지털 서비스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화면 구성과 기능을 개선한다. 이는 서비스 경쟁력 측면에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학습을 요구하는 변화다. 특히 고령층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누적될수록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 번 익숙해진 화면과 기능이 갑자기 바뀌면, 고령층은 다시 처음부터 서비스를 이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메뉴 위치가 달라지거나 용어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혼란이 발생한다. 젊은 사용자는 이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지만, 고령층에게는 안정성이 깨지는 경험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사전 안내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업데이트 후 갑자기 달라진 화면을 마주한 고령층은 자신이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인지, 서비스가 바뀐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서비스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디지털 환경 전반에 대한 거리감이 커진다. 변화 자체보다 변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구조가 고령층을 소외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령층을 고려하지 않은 디지털 서비스들은 공통적으로 특정 사용자 수준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설명 없는 전제, 실수에 대한 낮은 관용성, 변화에 대한 고려 부족은 각각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모두 설계 기준에서 비롯된 결과다. 고령층이 디지털 서비스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개인의 학습 능력이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공통된 구조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서비스가 사회의 기본 인프라가 된 지금, 다양한 사용자를 고려한 설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고령층에게 이해하기 쉬운 서비스는 결국 모두에게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